요즘 플랫폼, 이상하게 구려졌다고 느끼셨나요?
처음엔 분명히 좋았던 서비스였습니다. 검색 결과가 깔끔하고, 앱은 사용자 친화적이었고, 비용도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광고는 늘어나고, 유료인데도 질이 떨어지고, 이용자는 점점 더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이 불편함, 단지 기분 탓이 아닙니다. Cory Doctorow는 이를 ‘Inshitification(인싯화)’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플랫폼이 처음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점차 비즈니스 고객과 기업 이익만을 위해 사용자 경험을 희생시키는 구조로 퇴보해 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Doctorow의 PyCon US 2025 키노트 발표를 중심으로, 디지털 플랫폼이 왜 이렇게 퇴보하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1. 인싯화란 무엇인가?
‘Inshitification’은 Doctorow가 만든 용어로, 플랫폼이 처음에는 사용자 친화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용자에게 불편을 강요하고, 결국에는 플랫폼 자신만을 위한 구조로 바뀌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세 단계로 설명됩니다.
- 1단계: 사용자 유인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 낮은 가격, 광고 없는 환경으로 이용자를 유치합니다. 이 단계에서 플랫폼은 사용자 락인(lock-in)을 유도하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합니다. - 2단계: 비즈니스 고객 유치
락인된 이용자 기반 위에 기업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기업 광고나 유료 기능 위주로 정책을 바꾸며, 이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은 점차 희생됩니다. - 3단계: 플랫폼 독점
기업 고객과 사용자 모두를 통제하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서비스 품질은 최소한으로 유지되고, 광고나 부가 수익은 대부분 플랫폼이 가져갑니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의도적인 전략 변화입니다.
2. 구글, 메타, 우버…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Google은 한때 광고를 최소화하고 검색 품질을 극대화하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자 내부적으로 검색 결과 품질을 낮춰 광고 클릭 유도를 강화했다는 문건이 밝혀졌습니다.
Uber는 드라이버의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임금을 조정합니다. 일정 기준 이상으로 수용하면, 그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임금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이는 노동자의 행동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조작하는 ‘알고리즘 임금 차별’의 사례입니다.
이 모든 구조는 ‘기술’이라기보다, 디지털 도구를 통해 가치 착취를 정교하게 구현한 ‘사업 방식’입니다.
3. 트위들링과 디지털 조작
Doctorow는 플랫폼이 사용하는 디지털 조작 메커니즘을 ‘트위들링(Twiddling)’이라고 설명합니다. 앱이나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가격, 노출, 결과, 임금 등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기술적 구조를 뜻합니다.
이 구조는 너무 유연해서, 사용자마다 전혀 다른 조건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착취 최적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호사 채용 플랫폼에서는 간호사의 신용 상태에 따라 임금이 달라집니다. 신용도가 낮으면 더 낮은 임금을 제안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수작업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정밀함을 지니며, 대규모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없이는 실현될 수 없는 방식입니다.
4. ‘공짜니까 괜찮다’는 착각
종종 “공짜 서비스면 내가 상품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유료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Apple은 유료 모델을 운영하면서도 사용자의 데이터를 광고 네트워크에 활용하고, 개발자에게는 30%의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즉, 무료든 유료든 플랫폼은 사용자를 ‘고객’이 아닌 ‘자산’으로 취급합니다. 플랫폼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사용자는 늘 통제되는 입장에 놓이게 됩니다.
5. 기술이 문제가 아니다. 법과 정책이 문제다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기술 발전의 부작용으로만 생각하지만, Doctorow는 명확히 짚습니다. 플랫폼 퇴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결과’입니다.
과거 40년간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공정거래법과 경쟁정책을 완화해왔습니다. 그 결과, 경쟁은 줄고, 독점은 강화됐습니다. Google, Meta, Apple 같은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한 것도 결국 이 정책적 흐름 때문입니다.
또한 플랫폼이 디지털 락인(DRM)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막고, 사용자의 선택지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도 법제도를 활용한 결과입니다. 이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6. 가능성은 있다 – 플랫폼을 되살리는 구조적 변화
Doctorow는 이 상황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독점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으며, EU, 한국, 일본, 호주 등은 디지털 시장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DRM 폐지, 상호운용성 보장, 기술 노동자의 권리 회복 등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만약 각국이 법률과 정책을 개선하고, 기술자와 시민 사회가 협력해 구조를 바꾼다면, 지금의 플랫폼 독점 구조는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인터넷은 ‘기술’이 아니라 ‘정책’에서 나온다
플랫폼의 퇴보는 피할 수 없는 기술 진보의 부산물이 아닙니다. 잘못된 정책 선택의 결과입니다. Cory Doctorow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더 좋은 인터넷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에서 만들 것인가’입니다. 더 많은 사람의 참여, 더 개방적인 생태계, 더 강력한 상호운용성과 규제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기술은 여전히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 도구가 누구를 위해 작동할지를 결정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정책과 사회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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