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의 발전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속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과 에이전트는 코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일을 도와주며, 개발팀의 생산성과 산출량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능력은 좋아졌는데, 정작 사용자가 경험하는 소프트웨어는 반드시 좋아지고 있지 않습니다.
은행 앱에서는 같은 인증을 여러 번 요구하고, Slack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작업하던 입력 포커스를 빼앗기도 합니다. LG의 보증 신청 과정에서는 긴 양식을 모두 작성한 뒤 제출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업데이트 이후 재부팅이나 화면 지연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문제는 단순히 버그가 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AI를 통해 확보한 개발 생산성이 반드시 소프트웨어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코딩을 더 빠르게 할 수 있게 된 지금, 왜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불안정할까요?
AI 시대에도 사용자가 경험하는 소프트웨어는 달라지지 않았다
AI 열풍이 시작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기대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AI 모델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고, 개발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코드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에이전트 시대에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개발팀에 요구하는 산출량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AI 도구를 활용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기능을 더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사용자가 느끼는 품질까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문제가 반복됩니다.
은행 앱에서는 3D Secure 인증 화면으로 넘어가기까지 여러 차례 FaceID 인증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macOS용 Slack은 뒤늦게 실행되면서 사용자가 작업 중이던 다른 애플리케이션의 포커스를 빼앗아 입력 내용을 엉뚱한 곳에 보내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LG의 냉장고 보증 신청 과정에서는 여러 단계의 양식을 모두 작성한 뒤 마지막 제출 과정에서 실패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사용자는 왜 실패했는지 알기 위해 JavaScript 콘솔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문제는 더욱 직접적입니다. 업데이트 이후 운전할 때마다 시스템이 재부팅되거나, 방향지시등 소리가 사라지고, Google Maps 대신 라디오가 열리거나, 화면 입력이 1~2초씩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동차처럼 소프트웨어가 실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집중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나빠진 이유는 단순히 버그가 많아져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소프트웨어가 완벽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과거 소프트웨어에도 버그는 있었습니다. 특정 시절의 운영체제가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는 기억에는 과거를 좋게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소프트웨어가 상대적으로 단순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프트웨어에는 새로운 추상화가 추가됐고, 프런트엔드 프레임워크가 늘어났으며, 인프라 역시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동시에 사용자가 기대하는 경험의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기본적인 기능만 제대로 작동해도 충분했다면, 이제 사용자는 빠른 화면 전환과 자연스러운 인터랙션, 여러 서비스의 연결,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의 연동까지 기대합니다.
결국 소프트웨어가 제공해야 하는 것은 많아졌고, 그만큼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도 늘어났습니다.
더 많은 기능과 더 높은 사용자 경험을 요구하면서 시스템 자체는 더욱 복잡해진 것입니다.
이런 복잡성이 쌓이면 작은 변경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영역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커집니다.
그래서 macOS와 여기에 의존하는 여러 앱의 업데이트 역시 과거처럼 무조건 기대되는 일이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무엇이 좋아졌을까?"보다 "이번에는 무엇이 고장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AI가 문제인가? 핵심은 AI를 어디에 사용하는가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나옵니다.
그렇다면 AI가 소프트웨어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일까요?
제시된 관점은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AI 자체보다 AI를 어디에 우선 활용하느냐에 있습니다.
최신 LLM은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버그 수정에도 상당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GPU 인프라와 AI 도구 역시 개발자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그런데 기업이 AI를 통해 확보한 개발 역량을 반드시 품질 개선에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기능을 더 빠르게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을 다시 설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AI가 개발 속도를 높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전에는 한 달에 새로운 기능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면 이제 여러 기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그 시간을 버그 수정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을 재설계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눈에 띄는 성과로 보일까요?
기업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능이나 대규모 재설계가 훨씬 쉽게 성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반면 버그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KPI가 품질보다 새로운 기능을 선택하게 만든다
소프트웨어 품질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이 성과 지표로 드러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분기 동안 개발팀이 새로운 기능을 하나도 출시하지 않고 기존 버그만 수정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는 분명 더 안정적인 제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표 자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새로운 기능도 없고 대규모 재설계도 없습니다. 눈에 띄는 결과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새로운 기능을 여러 개 출시하거나 제품의 구조를 크게 바꾸면 성과를 설명하기 쉽습니다.
결국 개발팀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했을 때 성과로 인정받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AI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AI를 이용해 버그를 빠르게 수정할 수도 있지만, 같은 시간을 이용해 더 많은 기능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I의 도입만으로 소프트웨어 품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AI가 제공하는 생산성 향상을 어떤 목표에 배분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더 많은 코드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다
AI 시대의 개발 생산성은 분명 중요한 변화입니다.
개발자가 이전에는 만들기 어려웠던 소프트웨어에 도전할 수 있게 됐고, 개발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과 품질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지, 그 결과물이 반드시 더 안정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새로운 기능과 변경 사항이 시스템에 더 빠르게 쌓일 수 있습니다.
이때 기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은 계속 증가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코드를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사용자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AI가 개발자의 능력을 확장해주는 도구라면, 그 능력을 새로운 기능에만 사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래된 버그를 제거하고, 불필요한 복잡성을 줄이고, 사용자가 반복해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AI 부채가 개인 개발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에서 나옵니다.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기능과 재설계를 빠르게 진행하는 동안, 개인 개발자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개인 개발자의 역량만으로 만들기 어려웠던 소프트웨어를 AI 도구의 도움으로 만들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사용자들은 기존 소프트웨어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Android Auto나 LG 웹사이트 같은 일상적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용자가 특정 제품을 당연히 참고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이 정도면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macOS와 Windows의 현재 상황에 대한 반발 움직임 역시 이러한 흐름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경험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직접 더 나은 대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이 AI를 이용해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동안, 개인 개발자는 AI를 이용해 더 단순하고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코딩이 아니라 우선순위다
AI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코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줄어들고 있고,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는 도구의 능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경험하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에는 여전히 버그가 있고, 시스템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으며, 새로운 기능과 재설계가 안정성 개선보다 우선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AI 시대의 중요한 질문은 "AI가 얼마나 많은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가 만들어낸 추가적인 생산성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새로운 기능을 더 빠르게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소프트웨어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개발자가 얼마나 빠르게 코드를 만들 수 있는지만이 아닙니다.
복잡해진 시스템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사용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문제를 얼마나 우선적으로 해결하며, 안정성을 얼마나 중요한 목표로 두느냐가 함께 중요합니다.
AI가 코딩을 해결해주는 시대가 오더라도 소프트웨어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개발 속도가 빨라진 만큼 무엇을 만들지보다 무엇을 고칠지 결정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이 우선순위를 놓치는 동안, 기존 소프트웨어에 지친 사용자의 요구를 해결하는 새로운 개발자와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https://ptrchm.com/posts/nothing-works-and-everyone-is-euphoric/
Nothing Works and Everyone Is Euphoric
As I’m writing this, we’re in the middle of an AI-induced mass psychosis. People are literally token-maxxing themselves into hospital beds, scrambling to capture some of that market value before everything is automated away. I can’t blame them. Model
ptrch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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