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규칙을 찾아내는 능력과, 주어진 규칙에서 답을 도출하는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복잡한 코드를 작성하고, 과학적 가설을 탐색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AI가 충분히 많은 데이터를 보고 충분히 많이 추론한다면, Einstein처럼 새로운 과학 이론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OpenReview에 공개된 논문 LLMs Cannot Jump는 이 질문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현재 AI가 과학적 발견의 일부 과정인 귀납(Induction)과 연역(Deduction)은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지만, 감각적 경험에서 새로운 설명이나 공리로 넘어가는 귀추(Abduction)의 ‘점프’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간극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살펴보면 이 차이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과학적 발견은 귀납과 연역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AI의 추론 능력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과학적 사고를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철학자 Charles Sanders Peirce의 구분을 빌리면 연역, 귀납, 귀추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연역: 규칙에서 결과를 도출한다
연역은 다음과 같은 구조입니다.
Rule + Case → Result
이미 알고 있는 규칙과 사례가 있다면 그 규칙을 적용해 결과를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모든 행성이 특정 물리 법칙을 따른다고 가정하고, 특정 행성의 조건을 입력하면 그 결과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비유하면 이미 만들어진 함수를 실행해 결과값을 얻는 것과 비슷합니다.
현재 AI가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한 영역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귀납: 여러 사례에서 규칙을 찾는다
귀납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Case + Result → Rule
여러 사례와 결과를 관찰한 뒤 그 안에서 반복되는 규칙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머신러닝이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도 기본적으로 이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례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공통적인 패턴을 찾아 새로운 규칙이나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귀추: 결과를 설명할 새로운 원인을 만든다
문제는 귀추입니다.
귀추는 이미 존재하는 규칙을 적용하거나 데이터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났을 때 작동합니다.
Rule + Result → Case 또는 새로운 Rule
즉,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원인이나 규칙 자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이 때문에 귀추는 과학적 발견에서 창의적인 도약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답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없었던 설명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점프’였다
논문이 주목하는 부분은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만들어진 과정입니다.
Einstein은 과학적 발견 과정을 감각 경험과 공리 사이의 순환으로 바라봤습니다.
이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E → J → A
- E(Sense Experience): 감각 경험
- J(Jump): 직관적인 점프
- A(Axioms): 새로운 공리 체계
이후 만들어진 공리에서 논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다시 실제 경험과 비교합니다.
여기서 논문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하나입니다.
E에서 A로 넘어가는 J, 즉 ‘점프’를 누가 또는 무엇이 수행하는가?
AI가 데이터를 보고 규칙을 찾는 귀납과 규칙을 적용해 결과를 만드는 연역은 자동화할 수 있다면, 감각 경험에서 새로운 공리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자동화할 수 있을까요?
논문은 바로 이 부분이 현재 AI에게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Einstein이 새로운 이론을 만들 당시 Newton 역학은 틀리지 않았다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려면 당시 물리학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세기 물리학에서 Newton 역학은 매우 강력한 이론이었습니다.
행성의 운동과 여러 역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데 매우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중력과 관성의 관계 역시 높은 정밀도로 확인되고 있었습니다.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의 비가 1이라는 사실은 Newton, Laplace, Eötvös 등의 실험을 통해 점점 더 높은 정밀도로 확인됐습니다.
물론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Mercury의 근일점 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현상을 Newton 이론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로 보기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행성인 Vulcan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즉, Newton의 이론은 당장 폐기해야 할 정도로 큰 오류를 보여주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단순히 “기존 이론의 오차가 너무 커서 새로운 이론을 찾았다”는 방식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instein은 데이터를 보고 일반상대성이론을 회귀한 것이 아니다
생성형 AI가 과학적 발견을 하는 과정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많은 데이터를 입력하고, 데이터와 예측 사이의 차이를 줄이면서 더 나은 규칙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접근은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적입니다.
관측 데이터에서 편미분방정식을 복원하거나, 시뮬레이션 데이터에서 보존법칙을 다시 찾아내는 것처럼 데이터에 존재하는 규칙을 발견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논문의 관점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당시 Newton의 중력 이론은 이미 상당히 정확했습니다.
Mercury의 이상 현상 역시 새로운 행성인 Vulcan이라는 추가 가설로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데이터 압축 관점에서는 기존 이론을 완전히 버리고 시공간 자체의 구조를 새롭게 바라볼 강력한 신호가 없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 모델의 오차가 거의 없다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시스템에게는 굳이 기존 모델을 버릴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논문이 “과학적 발견을 데이터 압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핵심 이유입니다.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세 단계로 발전했다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은 한 번의 순간적인 영감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자료에서는 대략 세 단계로 그 과정을 설명합니다.
1907~1912년: 물리적 직관을 얻다
Einstein은 특수상대성이론을 가속운동까지 확장하려고 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모든 관성계에서 물리 법칙이 동일하다는 원리와 진공에서 빛의 속도가 모든 관성계에서 동일하다는 원리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관성계에 적용되는 것이 중심이었습니다.
Einstein은 이를 가속하는 좌표계까지 확장하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직관이 등장합니다.
가속과 중력은 구별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훗날 등가원리로 발전합니다.
Einstein은 자유낙하하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중력을 바라보는 사고실험을 통해 새로운 물리적 의미를 끌어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논문에서 말하는 조작적 귀추(Manipulative Abduction)와 연결됩니다.
1912~1913년: 물리적 직관을 수학으로 바꾸다
새로운 물리적 관점을 얻었다고 해서 곧바로 이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Einstein은 Marcel Grossmann과 협력하면서 물리적 요구사항을 엄밀한 수학으로 옮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화된 상대성 원리, 등가원리, 측지선 원리, 중력장의 에너지, 물질과 에너지를 표현하는 Stress-Energy Tensor, Newtonian Limit 등의 조건을 고려했습니다.
즉, 물리적 직관을 새로운 수학적 체계로 변환하는 단계였습니다.
1913~1915년: 잘못된 길을 거쳐 최종 이론에 도달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도 Einstein이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공간의 곡률을 표현할 수 있는 수학적 구조를 발견했지만, Newton의 중력 법칙으로 제대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잘못 판단하면서 다른 경로로 우회했습니다.
그 결과 복잡한 방정식 체계를 만들었지만 명확한 기하학적 해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Entwurf 이론은 Mercury의 궤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회전 운동에 대한 설명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Einstein은 다시 초기의 물리적 직관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1915년 11월, 연속해서 논문을 발표하면서 최종적인 일반상대성이론의 장 방정식에 도달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학적 발견이 단순한 최적화 경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잘못된 가정과 복잡한 우회가 있었고, 처음의 물리적 직관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데이터 압축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과학적 발견을 데이터 압축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관측 데이터를 더 짧고 단순한 규칙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을 과학적 발견으로 볼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이 방식은 실제로 유용합니다.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의 발견 과정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당시 Newton 이론은 이미 매우 정확했습니다.
따라서 Newton 이론에서 관측값과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최적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시공간 이론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Mercury의 근일점 이동을 설명하기 위해 Vulcan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더 나은 설명을 찾는 것과 기존 설명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AI가 기존 데이터에 가장 잘 맞는 모델을 찾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어떤 순간에는 기존 모델의 가정 자체를 의심하고 전혀 다른 구조를 만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연역적 추론은 AI가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AI가 과학적 발견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AI는 연역적 추론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AlphaProof와 같은 시스템을 비롯한 증명 보조 및 자동 정리 증명 기술은 주어진 공리와 규칙 안에서 복잡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 역시 모든 물리적 가정이 주어진다면 상당 부분은 논리적 탐색과 검증의 문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 방정식이 주어져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Mercury의 근일점 이동을 계산하는 것은 검증 가능한 논리적 과정입니다.
잘못된 가정을 여러 개 놓고 각각을 검증하면서 어떤 조건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찾아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공리가 주어진 뒤의 작업은 AI가 상당히 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앞입니다.
AI가 아직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공리 자체를 만드는 것’
Einstein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등가원리라는 개념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AI가 등가원리의 결과를 아무리 정확하게 계산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등가원리”라는 개념을 입력받지 않았다면 무엇을 계산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연역과 과학적 발명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수학 정리 증명에는 일반적으로 해결해야 할 명시적인 명제가 있습니다.
반면 Einstein이 한 일은 주어진 정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을 설명할 새로운 모델 자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Mercury의 이상 현상은 이론을 검증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지만, 당시 그것이 반드시 새로운 중력 이론을 만들어야 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명확하게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별빛 굴절 관측 역시 일반상대성이론이 만들어진 뒤에야 등장했습니다.
결국 Einstein은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에 맞춰 새로운 이론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충분히 말해주기 전에 새로운 물리적 구조를 제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조작적 귀추’
논문은 Einstein의 중요한 사고 과정을 조작적 귀추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단순한 귀추는 관찰된 결과를 가장 잘 설명하는 원인을 찾는 과정입니다.
조작적 귀추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환경이나 상황 자체를 가상으로 조작하고, 그 결과를 경험한 뒤 새로운 설명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Einstein의 엘리베이터 사고실험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깊은 우주에서 엘리베이터가 일정한 가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관찰자가 물체를 놓으면 물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바닥이 물체를 향해 올라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중력장에서 물체가 떨어지는 현상과 비교하면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집니다.
가속과 중력이 구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Einstein은 “만약 이런 환경이라면 어떻게 보일까?”라는 상황을 머릿속에서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가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물리적 원리를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논문이 말하는 조작적 귀추입니다.
ARC-AGI의 귀추와 Einstein의 귀추는 다르다
AI의 귀추 능력을 이야기할 때 ARC-AGI 같은 문제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ARC-AGI에서는 소수의 입력과 출력 사례를 보고 숨겨진 규칙을 찾아야 합니다.
데이터가 매우 적기 때문에 단순한 통계적 학습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주어진 사례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규칙을 추론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ARC-AGI는 귀추적 추론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논문에서는 중요한 차이를 지적합니다.
ARC-AGI에서는 환경 자체를 조작하지 않습니다.
이미 주어진 문제와 결과를 보고 숨은 규칙을 찾습니다.
Einstein의 사고실험은 달랐습니다.
그는 머릿속에서 상황을 바꾸고, 그 상황에서 관찰자가 무엇을 경험할지 생각했습니다.
즉,
ARC-AGI: 주어진 사례에서 숨은 규칙을 찾는다.
조작적 귀추: 상황을 직접 바꿔보고 그 결과를 통해 새로운 설명을 만든다.
이 차이가 AI의 과학적 발견 능력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Test-Time RL도 새로운 공리를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최근 AI에서는 Test-Time Reinforcement Learning처럼 문제를 변형하고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접근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체스에서는 새로운 수를 시도하고, 수학에서는 문제의 변형을 만들어 해결 방법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은 분명 강력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전히 하나의 전제가 있습니다.
게임의 규칙이나 수학의 공리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체스판에서 어떤 수를 둘지 바꿀 수는 있지만 체스의 기본 규칙 자체를 새롭게 발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 문제의 조건을 변형할 수는 있지만 수학적 공리 체계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것과는 다릅니다.
Einstein의 사고실험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릅니다.
그는 기존 규칙 안에서 최적의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규칙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행동할 수 있는 월드 모델’이다
그렇다면 AI가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논문이 제시하는 가능성 중 하나가 행동 가능한 월드 모델입니다.
여기서 Veo와 Genie의 차이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영상 생성 모델이 사과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매우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고 해서 그 모델이 중력 법칙을 이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학습 데이터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장면 다음에 어떤 장면이 등장했는지를 잘 예측한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행동 가능한 월드 모델은 다른 접근을 취합니다.
에이전트가 환경에 개입하고 그 결과를 다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영상을 보는 것과,
“케이블을 자르면 어떻게 될까?”
라고 가정하고 실제로 그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다릅니다.
후자는 환경을 조작하고 반사실적인 결과를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환경이 가능하다면 AI가 단순히 영상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해보면서 생각하는 것(thinking by doing)’에 가까운 추론을 수행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미래의 월드 모델은 단순한 영상 생성보다 달라야 한다
논문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그럴듯한 영상을 생성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AI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실제로 탐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환경을 이렇게 바꾸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조건을 제거하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까?”
“지금 관찰한 현상을 설명하려면 어떤 새로운 규칙이 필요할까?”
이를 위해서는 픽셀 단위의 영상 예측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AI가 환경의 상태와 행동, 결과 사이의 관계를 일관되게 표현하는 잠재적인 물리 구조(latent physics manifold)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제안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고실험을 단순한 텍스트 조작이 아니라 실제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인간에게 직관처럼 보였던 과정도 조금씩 알고리즘으로 바꿀 가능성이 생깁니다.
하지만 월드 모델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남습니다.
AI가 세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해서 무한한 수의 가설 가운데 올바른 가설을 자동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Einstein에게는 강력한 physical prior가 있었습니다.
즉, 어떤 물리적 현상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강한 직관적 전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prior가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가능한 설명 가운데 특정한 방향을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미래의 과학적 AI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뮬레이션 능력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가설을 탐색할 것인지 좁혀주는 강한 prior와, 그 가설을 실제로 시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환경이 함께 필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물리학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논문에서는 Kepler의 태양 중심성에 대한 믿음이나 Marx의 모델링 과정 등을 예로 들면서, 과학적 발명에는 특정한 관점이나 강한 믿음이 탐색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AI Scientist와 AlphaEvolve가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지 못하는 것
현재 자동화된 과학 연구 시스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AI Scientist는 과학적 연구 과정을 자동화하고, AlphaEvolve는 주어진 목표와 프레임워크 안에서 더 나은 해법을 탐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 과학적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하지만 논문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 기호와 개념을 조합하고, 정해진 평가 지표를 개선하는 것과 상징적 선례가 없는 새로운 공리를 감각적 경험에서 만들어내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AlphaEvolve 역시 주어진 목표 안에서 최적화하는 데 강점을 보이지만, Einstein에게는 Newton 역학을 폐기하도록 밀어붙이는 명확한 오류 신호나 그래디언트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차이입니다.
최적화할 목표가 정해져 있다면 AI는 매우 강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질문, 새로운 공리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면 문제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결국 AI의 과학적 발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E → A’다
논문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LLM은 귀납과 연역을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지만, 감각 경험에서 새로운 공리로 넘어가는 ‘E → A’의 점프를 수행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연역은 주어진 공리에서 결과를 계산합니다.
귀납은 여러 사례에서 규칙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과학적 혁신은 때때로 기존 규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보고 “그렇다면 세계를 이렇게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바로 이러한 사례로 해석됩니다.
그는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Newton 역학의 오류를 찾아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유낙하와 가속에 대한 사고실험을 통해 기존에 별개의 것으로 보던 현상을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로부터 등가원리라는 새로운 물리적 출발점을 만들었습니다.
AI가 Einstein처럼 발견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논문의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의 AI 연구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LLM의 추론 능력을 얼마나 더 높일 것인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첫째, 세상을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입니다.
둘째, 환경에 직접 개입하는 능력입니다.
셋째, 반사실적 상황을 경험하는 능력입니다.
넷째,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설명과 공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다섯째, 무한한 가설 공간을 좁혀줄 적절한 prior를 갖는 능력입니다.
이것들이 결합된다면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가설을 만들고 실험하고 결과를 다시 해석하는 과학적 에이전트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한계도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필요한 경험과 수학, 컴퓨터과학에서 필요한 경험은 같지 않습니다.
물리학에서는 외부 세계의 감각 경험이 중요할 수 있지만, 수학이나 컴퓨터과학에서는 고차원 공간의 구조나 일반성, 최소성 같은 다른 형태의 경험과 목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분야의 과학적 발견을 하나의 월드 모델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AI가 답을 찾는 것과 질문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
AI는 이미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에서 규칙을 찾는 귀납, 주어진 규칙에서 결과를 도출하는 연역, 그리고 복잡한 문제를 탐색하고 검증하는 능력까지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발견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언제나 데이터 안에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기존 이론이 충분히 정확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이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관측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가설을 먼저 만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기존 규칙을 적용하는 능력보다 새로운 규칙을 생각해내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바라보는 논문의 핵심 관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Einstein은 기존 데이터를 단순히 압축해 새로운 이론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자유낙하하는 관찰자의 경험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고 가속과 중력을 연결하는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논문은 이러한 과정을 조작적 귀추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미래의 AI가 과학적 발견의 영역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더 빠르게 추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AI가 직접 환경을 조작하고, 가상의 실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차이는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AI가 주어진 질문에 얼마나 잘 답하느냐가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질문과 규칙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입니다.
그리고 과학적 발견을 자동화하려는 다음 단계의 경쟁은 어쩌면 더 큰 LLM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AI가 ‘생각해보는 것’을 넘어 실제로 가설의 세계를 조작하고 경험할 수 있는 월드 모델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https://openreview.net/forum?id=klU4737opt
Verifying your browser | OpenReview
Verifying your browser Complete the check below to continue to OpenReview Please complete the verification above. Have an OpenReview account? Sign in to skip this check.
openreview.net

'인공지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MiniMax-H3 Turbo LoRA, 20스텝에서 4스텝으로 줄인 AI 영상 생성 기술 (0) | 2026.08.07 |
|---|---|
| AI는 이제 모델이 아니라 하네스를 개선한다: 재귀적 자기 개선을 이끄는 하네스 엔지니어링 (0) | 2026.08.07 |
| Qwen3.8 Max, Agentic Index 종합 1위… AI 모델 선택 기준이 지능에서 에이전트 성능으로 확대된다 (0) | 2026.08.07 |
| Warp Agent CLI 핵심 기능과 특징: 터미널에서 활용하는 다중 모델 코딩 에이전트 (0) | 2026.08.07 |
| 생성형 AI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대한 8가지 오해, 개발 생산성의 진짜 의미 (0) | 2026.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