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발전하는데, 우리는 왜 더 불안해지는가?
인공지능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를 경쟁력으로 삼고, 사회는 이를 일상 속에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핵심적인 질문 하나가 제기됐습니다. "AI 개발자조차,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이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 기술을 정말 믿을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앤트로픽(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최근 발언을 바탕으로, AI 내부의 불투명성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시사점에 대해 살펴봅니다.
AI는 왜 이렇게 작동하는가?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
현대의 생성형 AI는 거대한 언어 모델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그 안에서 통계적 패턴을 찾아내고,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방식은 ‘예측’과 ‘확률’에 기반한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AI가 특정 단어를 선택하거나 실수를 하는 이유가 내부적으로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는 이에 대해 “AI 시스템이 특정 단어를 고르거나 오류를 일으키는 이유조차 우리가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사회와 인간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곧 신뢰할 수 없는 기술이 되는 것입니다.
왜 이런 기술을 만들게 되었을까?
앤트로픽은 오픈AI에서 독립한 연구진이 만든 AI 스타트업입니다. 그들은 오픈AI가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윤리와 안전을 소홀히 한다는 우려로 회사를 떠났고, 보다 ‘안전하고 해석 가능한 AI’를 만들기 위해 독립했습니다.
그들이 강조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입니다. 단순히 AI가 잘 작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작동 원리를 사람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AI용 MRI: 내부를 해부하겠다는 시도
앤트로픽은 AI 시스템 내부를 투명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 일종의 ‘AI용 MRI’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목표는 명확합니다. 입력과 출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내부에서 어떤 연산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추적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접근은 단순히 성능 개선이 아니라, AI를 신뢰 가능한 기술로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지금까지는 ‘결과’만 좋으면 되었지만, 앞으로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렬 오류 실험: 해석 가능성의 실마리
앤트로픽은 최근 AI의 ‘내부 해석’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레드팀(Red Team): AI 모델에 일부러 ‘정렬 오류’를 삽입합니다. 즉, AI가 주어진 목표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숨겨진 결함을 넣습니다.
- 블루팀(Blue Team): 해당 모델을 해석 도구를 통해 분석하고, 어떤 오류가 숨어 있는지 탐지하려 합니다.
그 결과, 일부 팀은 이 숨겨진 오류를 성공적으로 식별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AI 내부 동작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 가능함을 보여준 중요한 실험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렬 오류’란, AI가 주어진 지시나 목표와 다르게 행동하도록 설계된 의도적 결함을 뜻합니다. 이 실험은 AI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작동할 때, 그 원인을 추적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입니다.
지금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
생성형 AI는 더 넓은 분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법률, 의료, 금융, 군사 등 인간의 생명과 권리에 직결되는 분야에서도 AI가 의사결정에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AI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는 정말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인공지능은 점점 더 자율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반 인공지능(AGI)’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것은 바로 ‘설명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가 만든 기술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신뢰 가능한 AI를 위한 첫걸음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사회와 인간의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AI의 내부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위험 요소가 됩니다.
앤트로픽의 시도는 이런 현실에 대한 대응입니다. AI의 내부를 해부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신뢰 가능한 AI’의 출발점입니다.
앞으로 AI가 더 발전할수록, 기술을 신뢰하고 함께 쓰기 위해서는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설명 가능성과 투명성 확보가 필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지금,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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