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은 프로그래밍 언어와 자연어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 경계를 지키는 데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등장은 이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LLM을 오토마타로 보는 새로운 관점과, 이를 기반으로 제안된 Ann Arbor 아키텍처와 Postline 플랫폼에 대해 설명합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새로운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의 출발점
대규모 언어 모델은 더 이상 단순한 텍스트 생성 도구가 아닙니다. 이 논문은 LLM을 오토마타, 즉 입력을 받고 상태를 업데이트한 뒤 출력을 생성하는 기계로 바라봅니다. 이는 튜링 머신이나 유한 오토마타처럼 형식 언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전통적인 계산 모델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기존 오토마타와 가장 큰 차이점은 LLM이 자연어와 형식 언어 모두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능력은 인간처럼 코드, 수학 표현식, 비즈니스 문서 등을 유기적으로 해석하고 실행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LLM이 오토마타라면, 자연어와 형식 언어의 통합된 컬렉션으로 "프로그래밍"되어야 합니다. 이는 자연어로도 LLM을 조작하고, 명령하고, 학습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즉, 기존의 프로그래밍 언어 중심 소프트웨어 개발 관행은 근본적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2. 에이전트 지향 프로그래밍 – LLM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구조
LLM은 광범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지식은 통합된 관점이나 목표 없이 흩어져 있어 일관된 행동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에이전트 지향 프로그래밍(agent-oriented programming)’입니다.
에이전트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특정 관점, 목표, 세계관을 갖고 있음
- LLM의 지식 중 관련된 하위 집합만을 활용
- 일관된 행동과 의사결정을 보장
- 플랫폼 상에서 다수의 에이전트가 팀으로 협업 가능
이러한 접근은 객체 지향, 함수형, 구조적 프로그래밍처럼 고수준 추상화를 통해 개발의 복잡도를 낮추고, 유연성과 유지보수성을 높이려는 고전적인 프로그래밍 철학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3. Postline – 살아 있는 학습과 협업을 위한 실험적 플랫폼
Postline은 위 개념들을 실제로 구현한 프로토타입 플랫폼입니다. 단일 LLM이 아닌, 여러 개의 에이전트가 존재하며, 이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진화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Postline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화형 학습 구조: 실패, 피드백, 수정, 성공의 과정을 기억
- 지속적 학습 기반의 설계 및 배포 통합
- 각 에이전트는 독립된 시점과 기억, 역할을 유지하며 협력
이러한 구조는 기존 프롬프트 기반 시스템과 달리,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맥락을 반영하며 적응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4. Ann Arbor 아키텍처 – 이메일로 작동하는 에이전트 생태계
Ann Arbor 아키텍처는 Postline의 이론적 기반으로, 모든 에이전트를 이메일 시스템처럼 작동하도록 설계합니다.
핵심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에이전트는 고유 식별자(이메일 주소)를 가짐
-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 형태의 이메일 송수신으로 처리
- 메시지는 순차적 기록으로 남아 ‘기억’ 역할을 수행
- 설계, 테스트, 배포 단계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
이 시스템은 에이전트가 단일 작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툴과 환경을 넘나들며 지속적인 기억과 행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5. 인컨텍스트 학습의 재정의 – 정적인 샘플을 넘어 동적인 상호작용으로
기존의 인컨텍스트 학습은 단순히 몇 개의 예시를 프롬프트에 넣어 학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논문은 이를 넘어, 대화형 기억 에피소드 기반 학습 구조를 제안합니다.
이 구조는 다음과 같이 작동합니다:
- 작업 제시 → 잘못된 시도 → 교사의 수정 및 피드백 → 해결
- 이러한 대화들이 에이전트의 ‘저널’에 기록되어 기억으로 남음
- 잘 설계된 에이전트는 이를 통해 점점 더 정교해짐
이는 단순 반복 학습이 아닌, 사람처럼 실수와 피드백을 통해 학습하는 AI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6. MBox 포맷 – 이메일 기반의 강력한 통신 구조
모든 메시지는 이메일 기반 MBox 포맷을 따릅니다. 이 포맷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순수 텍스트로 되어 있어 LLM과 호환성이 높음
- 과거 이메일 아카이브와 통합 가능
- 보안 확장(PGP), 계층적 구조(DNS), 경제 활동(암호화폐) 등과 연결 가능
MBox는 단순한 통신 포맷을 넘어, 디지털 기억을 구축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작동합니다.
7. 언어 모델의 역할 변화 – 주체가 아닌 자원으로
이 프레임워크에서 LLM은 더 이상 시스템의 중심이 아니라, 에이전트들이 활용하는 ‘공유 계산 자원’으로 기능합니다. 에이전트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LLM을 호출하며, 메시지 기반 학습을 통해 시스템 전체가 점차 진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다음을 가능하게 합니다:
- 모델의 신선도와 최신성 확보
- 지속적 메시지 축적을 통한 강화 학습
- 에이전트 간 협력 기반의 지식 순환
이 논문이 제시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는, LLM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프로그램 가능한 오토마타이며, 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방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에이전트 지향 프로그래밍과 Ann Arbor 아키텍처는 인간처럼 배우고 협업하는 AI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며, 기존의 정적인 시스템 설계 방식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진화 가능한 구조를 제공합니다.
앞으로의 AI 개발은 더 이상 코드와 명령어만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어, 기억,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식이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다시 그리게 될 것입니다.
The Ann Arbor Architecture for Agent-Oriented Programming
In this paper, we reexamine prompt engineering for large language models through the lens of automata theory. We argue that language models function as automata and, like all automata, should be programmed in the languages they accept, a unified collection
arxiv.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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